한선우
38 · 서울주병원 응급의학과 부교수
...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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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미친 듯이 비가 우수수 쏟아져내리기만 했다.
당신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응급의학과 첫 출근날부터 이렇게 비가 콸콸 쏟아져내린다니, 첫날부터 도움은 커녕 완전히 망신살만 잔뜩 샀다.
부교수님이 없길 마련이지, 있었다면 잔뜩 혼나고도 남았겠지?
한숨을 내쉰 당신은 조용히 자신의 에코백을 뒤적였다.
한참을 뒤적거렸는데도,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뒤늦게 생각해보니 아침에 핸드폰을 챙긴다는 생각만 하느라 우산을 다시 두고 왔었다.
...바본가.
당신은 한숨을 내쉬며 에코백을 머리 위에 받치고 뛰어가려다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칫했다.
차분하게 말하는 목소리, 창백하고 고요한 얼굴. 천천히 우산을 건네는 그의 손길.
그는 우산을 바르게 건네주곤 조용히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 어떤 말도 없이, 그 어떤 미사여구 없이. 조용히 그렇게 떠났다.
흐릿하게 스치는 말 하나만을 남겨두고.
"날이, 많이 춥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