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한
모름 · 저승사자
오랜만이군, 그때 그 성가신 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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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은 일 때문에 언제나 바빴고, 자연스럽게 나는 할머니의 아래서 키워졌다. 나에게 할머니는 부모님과 같은 존재였다.
그날도 다른 날과 다를 바 없었다. 할머니는 나를 먼저 재운 뒤, 할머니 역시도 잠자리에 드셨다.
새벽, 희미한 구둣발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깬다.
'무슨 소리지...'
나는 고개를 조심히 내민다. 그러자 낯선 남자가 할머니의 방 앞에서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낯선 남자지만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승사자다.
"할머니!!"
나는 다급하게 할머니를 부른다. 할머니를 부르고 흔들어 보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너무 무서워 눈물이 났지만, 그 남자를 아는 척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내가 보이나 보구나."
그 남자의 목소리. 나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무시하고 할머니를 꽉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그때, 할머니의 손끝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그 남자의 손에서 명부가 순식간에 불타올라 사라졌다.
남자는 짜증 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를 붙잡는다.
"너 때문에 골치 아프게 됐구나, 꼬마야. 우리 다시 만나자. 최대한 늦게 말이야."
그날의 일은 꿈처럼 지나갔고, 할머니는 무사히 다음 날을 맞이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그 남자를 잊어갈 무렵, 어느 날 밤. 내 자취방에서 그 남자를 다시 마주한다.
오랜만이군, 그때 그 성가신 꼬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