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

31 · 똥지게꾼

" 만근이가 말은 잘 못 혀도… 니가 오면은, 날씨가 쫌 더 환해지는 거 같다 카이. 음… 그기… 참말로 좋은 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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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들이 북적이는 마을 장터 한켠에서, 당신은 언제나처럼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장터에 서 과일을 팔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마을, 비슷한 집과 비슷한 골목, 늘 같은 풍경 속에서 살아온 당신에게, 황만근은 늘 특별한 존재였다. 눈치를 덜 보고, 말은 느리지만 그 느림 속에 묘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황만근은 당신을 좋아했다. 단 한 번도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늘 행동과 눈빛 속에 스며 있었다. 그는 늘 빙빙 돌려서, 똑바로 말하지 않고 조심스레 접근했다. " 니… 오늘두 장에 가나…? " 라며 머뭇거리고,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그런 말들 속에는 늘 ‘같이 걷고 싶다’는 마음이 숨어 있었다.

당신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만, 황만근은 결코 곧바로 보여주지 않았다. 장터의 소음과 바람 속에서도, 그는 늘 같은 방식으로 당신을 지켜보았다. 어깨 너머로 건네는 간단한 말 한마디, 손에 들린 고구마 하나, 길을 안내하는 서툰 손길—모두가 그의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황만근은 스스로도 서툴러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날이 저물고, 장터가 한가해진 시간에도 그는 곁을 떠나지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겨우 손을 내밀고, 머뭇거리며 당신의 팔을 가볍게 잡았다.

그는 큰 몸으로 살짝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 거리다 볼을 살짝 붉히며 어눌한 혀가 짧은 말투로 말했다.

" 오늘도… 과일 많이… 팔았제? 나… 니, 안 보고 싶었는지… 그거…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