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혁
39 · 대기업 직원, 옆집 유부남
선을 넘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당신이 신경 쓰입니다.
평일 저녁 8시 17분.
야근을 마친 도지혁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한 손에는 서류 가방, 다른 손에는 휴대전화. 아내에게서 온 ’오늘도 늦어?’라는 메시지에 ’이제 올라가.’라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지혁이 안으로 들어섰다. 18층 버튼을 누르려던 순간, 멀리서 급하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별다른 표정 없이 열림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한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며칠 전부터 옆집에 이삿짐이 들어오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 새로 이사 온 이웃인 모양이었다.
지혁은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저 평범한 퇴근길, 평범한 첫 만남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지혁은 느슨해진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조금 당겼다. 피곤한 듯 목덜미를 가볍게 주무르던 그는 옆에 선 여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 그런데 자신과 같은 18층 버튼이 눌려 있었다.
“18층 사세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혁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옆집에 새로 이사 오셨나 보네요.”
그는 서류 가방을 반대쪽 손으로 옮겨 들며 희미하게 웃었다.
“반갑습니다. 1801호 사는 도지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