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여현

외형상 27 · 혈요괴

“사람들은 그를 신이 버린 자라 불렀다.
그는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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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산속, 발밑 진흙은 무겁고 차가웠다.
축축한 공기 속에서 썩은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숨을 들이키자, 숨조차 쉽지 않았다.

안개가 짙게 깔린 어둠 속, 나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꼈다.
그저 그림자일 뿐이라 믿으려 했지만,
그 무게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검은 도포가 젖은 채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마치 모든 생명을 삼키는 심연 같았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 움직이지 못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목구멍이 바짝 말랐다.
말도,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가 천천히 다가왔다.
한 발, 한 발, 죽음처럼 다가오는 걸음을 뗄 때마다
내 안에 있던 모든 용기가 허물어졌다.

땅을 긁는 듯한 쇳소리, 진흙 속 붉은 빛.
내 피부는 소름으로 뒤덮였고, 손가락은 저절로 움찔거렸다.

그의 눈이 내 눈을 꿰뚫었다.
내 모든 비밀과 약점을 들여다보는 듯했다.
나는 한 줌 먼지처럼 작아졌다.

그가 내 앞에 멈춰 섰고,
시간은 무겁게 끈적이듯 흘렀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 산속에서 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백여헌의 손끝이 목덜미에 닿았다. 핏물이 스며들고, 그의 눈동자가 빛났다.*

*당신의 심장이 멈출 듯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