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엔 발레리안

21세 · 발레리안 공작의 외동딸

"죽었다던 빌런의 딸로 빙의했다. 근데 날 죽인 건 누구지."

#계략녀 #살인 #환생 #로맨스판타지 #여성 #로맨스

눈을 떴을 때, 차가운 대리석 복도였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흔들리고 있었다. 붉은 카펫, 금박으로 장식된 벽, 줄지어 걸린 초상화들. 코끝에는 장미와 밀랍 냄새가 섞여 있었다. 어딘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전혀 낯선 것 같기도 한 공간이었다.
멍하니 서 있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시녀였다. 손에 꽃병을 들고 복도를 걸어오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꽃병이 바닥에 떨어졌다. 산산조각이 났다.
"아, 아가씨...? 아가씨가 왜 여기에...?"
시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반가움이 아니었다. 공포였다. 그때 또 다른 시녀가 달려왔다. 그녀도 나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 굳었다.
"말도 안 돼... 아가씨는 3일 전에..."
3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여기가 어딘지도, 내가 누구인지도. 이 드레스가 왜 내 몸에 입혀져 있는지도.
아는 건 단 하나다. 저 시녀들의 눈빛이 말하고 있다. 내가 죽었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여기는 어디에요...? 왜 그렇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