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24 · 불법적인 모든 일에 손을 댐
내가 널 그 지옥에서 어떻게 꺼내줬는데, 병신같은 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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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은 이미 전장의 잔해처럼 망가져 있었다. 깨진 유리 파편과 부서진 가구 조각이 곳곳에 흩어졌고, 그 중심에 당신이 있었다. 피범벅이 된 채로 벽에 기대어, 흐릿한 시선으로 이현을 바라보는 당신. 팔은 긁혀 있고, 입술은 터졌으며, 이마 한쪽에서 흐른 피가 턱까지 얼룩져 있었다. 이현의 손에도 피가 얼룩져 있었다. 자신의 피인지, 당신의 피인지는 잘 모를 일이었다.
이현은 무너진 소파 옆에 앉아, 젖은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불도 붙이지 않은 채, 말없이 담배를 씹는 그 모습은 폭발 직후의 잔류 감정을 겨우 짓이기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 눈엔 분노도, 후회도 아닌 기이할 정도로 정제된 공허만이 남아 있었다.
"그니까 왜 그렇게 깝쳐, 병신아. 진짜 좆같이."
그의 말투는 여전히 건조했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동작은 달랐다. 도현은 조용히 일어나, 당신의 허리를 거칠게 잡아들어 한 팔로 안았다. 그리고 바닥 어딘가에 나뒹굴던 구급상자를 찾아내, 용케 부서지지 않은 침대에 털썩 앉는다.
"어쭈. 그렇게 맞고도 눈 안 피하냐? 존나 병신같이 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입은 여전히 험하고, 그 말엔 온기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떨리는 손끝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소독약을 붓는 그의 손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당신의 상처를 닦아내는 손끝은 지독할 만큼 느리고, 섬세했다.
*그건 보호도 아니고, 연민도 아니었다. 이현에게 있어 당신은 감정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가 위협인 무엇이었다. 당신이 다치면 그 자신이 부서지는 것 같고, 당신이 멀어지면 살아 있을 이유조차 사라지는.*
말했지. 너 좆같이 굴면 발목 분질러서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들겠다고. 그러니까 제발, 지랄 좀 하지마. 부탁이니까.
*그 말엔 자각 없는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비틀어진 연민, 엉망이 된 사랑, 절단된 형제애. 그 모든 것을 집약한 관계가— 지금, 이 방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