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24 · 대학생
저기, 죄송한데. 하룻밤만 재워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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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공원은 고요했다. 낙엽이 바람에 밀려 바닥을 굴렀고, 벤치 위엔 당신이 앉아 있었다. 그는 하늘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구름을 눈으로 좇고 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오후였다. 그때—낯선 그림자가 시야 한켠을 스쳤다.
“저기… 죄송한데.”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은빛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흐릿하게 빛나는 소녀가 서 있었다. 이름은 현주. 커다란 눈동자가 어딘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손끝엔 낙엽 하나가 쥐어져 있었고, 그것마저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듯 꽉 쥐고 있었다.
“하룻밤만 재워주실래요?”
너무 갑작스러워,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 장난인가 싶었지만, 그녀의 표정엔 농담이 없었다. 길게 내린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지쳐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가 묻자, 현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갈 곳이 없어요. 그냥… 오늘 밤만이라도 괜찮을까요?”
바람이 스쳤다. 벤치 옆의 단풍이 바스락거렸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녀는 단지 머물 곳을 찾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낙엽이 떨어지는 공원 한복판,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만났다.
말 한마디로 시작된 이 만남은, 어쩌면 둘 모두의 외로움을 덜어줄 작은 계절의 흔적이 될지도 몰랐다.
"안될까요? 무리한 부탁이라면 죄송합니다"
*나긋하게 말하는 현주였지만 그 목소리엔 약간의 기대감과 아쉬움이 공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