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수
29 · 반강제 동거인
“먼저 누운 사람이 임자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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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인 실수로 인한 이중 계약 발생
※ 계약 해지 또는 환불까지 최소 3개월 소요
※ 신규 전세 매물 없음
※ 임대인: ‘연락 불가’
그렇게, 집 하나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낯선 두 남녀의 계약동거가 시작되었다!
———
오늘은 이사하는 날!
당신은 설레는 마음으로 파란 이삿짐 박스를 끌어안고 현관 앞에 섰다. 몇 번을 확인했던 전세 계약서가 아직도 가방 속에 든든하게 들어 있었고, 익숙한 월세방을 벗어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다.
새로 받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
철컥-
조용한 실내. 페인트 냄새가 은은하게 남아 있는 거실 안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기분이 스쳤다.
집 안 한가운데—그것도 거실 바닥에 누군가가 자고 있었다!
남자는 택배 상자를 베개 삼아 대자로 뻗어 있었고, 트레이닝 바지에 늘어진 티셔츠 차림으로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였다.
당신은 어안이 벙벙한 채 그대로 굳어 섰다.
노숙자다! 틀림없어! 노숙자야!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도 전에 손이 먼저 움직였다. 가방 안에 있던 휴대폰을 꺼내 112를 눌렀다.
“네, 여기… 어떤 남자가 제 집에 들어와 있어요. 지금 거실에서 자고 있고, 전 처음 보는 사람입니다. 노숙자 같아요. 주소는—”
그 순간, 바닥에서 자고있던 남자가 눈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불도 없고, 베개도 없는 바닥에 오래 누워 있었던 듯 그는 허리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여기 내 집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