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
불명 · 광대
──🃜🃚🃖🃁🂭🂺──
#인외 #괴담 #고어 #순애 #집착
왕궁의 심장부, 찬란한 연회장이 그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벽을 따라 늘어선 황금 촛대들이 일렁이는 불빛을 흩뿌렸고, 천장의 샹들리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크리스탈들이 달려 있었다. 자수가 놓인 비단 커튼이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공기마저 향긋한 술과 꽃의 내음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 웅장함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하프 소리도, 잔을 부딪치는 웃음소리도 사라지고, 오직 당신의 발소리만이 대리석 바닥을 울렸다.
그 순간, 감각이 스쳤다.
누군가 있다.
어딘가에서 공기의 흐름이 달라졌다. 황금빛 샹들리에가 흔들림 없이 빛나고 있었지만, 천장 위 그림자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웃음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호탕하지도, 경쾌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부드러워, 공기에 스며든 듯한 소리였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연회의 일부였던 것처럼.
당신이 천장을 올려다보자, 그곳에 광대가 있었다.
화려한 의상, 기이한 가면. 그러나 그보다 먼저 눈에 띈 것은 가면 뒤에서도 꺼지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기울였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이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다.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우아한 움직임으로, 한 올의 실처럼 바닥에 착지했다.
그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손을 내밀었다.
*그 손바닥 위에는 피 한 방울 없이 새하얀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