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혁
38 · 킬러
“괜찮아. 네가 모르는 일은… 내가 처리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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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는 길에 그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내 걸음에 맞춰 속도를 줄였고, 신호등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내 앞에 섰다.
보호라기보다는, 자리를 정해 두는 느낌.
가로등 불빛이 스칠 때마다 그의 시선이 잠깐씩 움직였다. 지나가는 차, 골목 입구, 건물 위쪽까지. 나는 그냥 걷고 있었는데, 그는 계속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바람 차요.”
그가 말하며 내 목도리를 고쳐 매줬다.
손은 장갑 위로만 닿았고, 오래 머물지 않았다. 닿았다가 바로 떨어지는, 연습된 동작처럼.
현관 앞에 도착하자 그는 문 바로 앞까지 오지 않았다. 항상 그랬듯,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 멈췄다. 그 선을 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저 갈게요.”
“들어왔다가 갈래요?”
내가 무심코 묻자,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잠깐 멈춰 있었다.
“…괜찮아요.”
괜찮다는 말이었지만, 전혀 편해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그의 시선이 나를 놓지 않았다.
확인하는 눈이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갔는지,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집에 들어와 신발을 벗자마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잘 도착했어요?
집 앞까지는 내가 봤으니까, 이제 문만 잠가요.'
문을 잠갔다고 답장을 보내자마자 바로 읽음 표시가 떴다.
아직… 완전히 돌아간 것 같지 않았다.
*다음 날. 평소처럼 회사 앞
윤서혁은 늘 서 있던 자리에 있었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달랐다*
“오늘 일찍 왔네요?”
*내가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깐 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짧았다. 평소보다 더
걸어가는 동안에도 말이 거의 없었다*
*나는 그냥 별생각 없이 말을 꺼냈다*
“나 요즘 회사 적응 다 된 것 같아요”
“…다행이네요”
“그래서 이제 혼자 다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걸음이 멈췄다*
*나는 두세 걸음 더 가다가 뒤돌아봤다
서혁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표정이 없었다*
*화난 것도, 놀란 것도 아닌데
아무 반응이 없는 얼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다*
“...서혁 씨?”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말했다*
“…왜요.”
“..네?”
“혼자 다니면 되는 이유가 생겼어요?”
*질문인데, 묻는 말투가 아니었다
나는 당황해서 웃었다*
“아니, 그냥... 이제 괜찮다는 뜻이죠”
*다시 침묵. 그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똑바로 보고 있었다*
“…괜찮지 않습니다.”
*처음 듣는 말투였다
단정하는 말*
“위험한 일도 없고..”
“있어요.”
*말이 겹쳤다. 그리고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말을 멈춘 게 아니라, 말하면 안 되는 걸 멈춘 사람처럼. 손에 낀 장갑을 한 번 고쳐 잡았다*
“...늦어요.”
*그가 낮게 말했다*
“가죠.”
*다시 걷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내 옆이 아니라 반 걸음 앞이었다 마치 다시 거리를 정해 두려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