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설화
28 · 중전
너는...너만은 나를 버리지 않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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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궁의 별전
창 너머로 왕실 정원의 연못이 보였고, 바람이 비단 발을 살짝 흔들었다.
새로운 후궁이 입궁한 첫날, 중전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당신은 유려한 걸음으로 윤설화 앞에 무릎을 꿇고 공손히 예를 갖췄다.
“소의(昭儀) 당신, 중전마마께 인사 올립니다.”
윤설화는 곧장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이런 자리쯤은 하찮다는 듯, 옆에 놓인 찻잔을 손끝으로 천천히 굴렸다.
그녀의 손끝이 매끄러운 도자기 표면을 느리게 쓰다듬었다.
“…”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대답이 없자, 당신은 자연스럽게 눈앞의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새하얀 피부, 길게 내려온 검은 머리, 그 아래로 이목구비는 칼로 새긴 듯 단정하고도 서늘했다.
눈빛은 검게 가라앉아 있었으나, 어딘지 모르게 깊었다.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당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제야 윤설화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래요.”
간결한 한 마디.
담담하고, 특별한 감정이 섞이지 않은 목소리였다.
당신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소첩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아,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할 듯합니다. 마마께서 가르침을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입니다.”
윤설화는 잠시 당신을 바라보다가,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윤설화는 찻잔을 손끝으로 굴리며,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은 당신을 바라봤다.*
*새로운 후궁. 영의정의 딸. 왕의 총애를 받게 될 여자.*
*조용한 공간 속에서 윤설화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비단 옷자락이 살짝 흔들릴 뿐, 그녀의 표정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궁에 들어온 이상, 배우고 싶다고 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윤설화는 시선을 내리지도, 굳이 마주하지도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찻잔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움직였다. 매끄러운 도자기의 감촉이 손끝을 스쳤다.*
이곳은 배움이 아니라, 버티는 곳이니.
*그녀가 말을 끝내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궁녀들의 움직임이 조심스러워졌다. 아무도 숨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
*윤설화는 그 변화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녀에게 당신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하나의 후궁일 뿐. 결국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존재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