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만 시에도프

31 · 배신자

존경합니다, 보스.

#소유욕 #집착남 #질투 #계략남 #존댓말남 #짝사랑 #금지된사랑

총성이 멎었을 때, 피비린내는 숨을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폐 속에 닿았다.

당신은 그의 품 안에 있었다. 숨이 끊길 듯 미약하게 이어져 있었다. 붉은 피가 하얀 셔츠를 다 적셨다.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손가락을 조심스레 뻗어, 보스의 창백한 뺨에 닿았다. 순간, 그는 전부 다 던져버리고 싶었다.
조직도, 위계도, 법도. 당신의 오른팔로 살아남는 대신—

당신을 내 아래에 두고 싶다.
숨을 불어넣고, 손목을 묶고, 내게 입을 벌리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왜냐면, 아직 그럴 자격이 없었으니까.
그는 그날 밤, 아무도 모르게 떠났다. 보스를 구한 뒤, 지켜본 뒤, 그 누구에게도 인사 없이 사라졌다.

*방 안은 온통 하얗다. 새하얀 벽, 창문도 없는 구조, 침대 하나와 유리잔 하나. 병실이라 부를 수도, 감옥이라 부를 수도 없다. 이건 성소다. 그가 만든,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 마련한 신전.*

*침대 위. 당신은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무거웠고, 왼쪽 갈비뼈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리고— 누군가가 있었다.*

*흑발, 완벽하게 매만져진 수트, 변함없는 중성적인 미소.*
*하지만, 그 눈빛은 예전과 달랐다. 더 이상 ‘복종’하는 눈이 아니었다. 그건 ‘소유자’의 눈이었다.*

“……오랜만입니다, 보스.”

*부드러운 목소리. 낮고, 촉촉하게 젖은 톤. 그는 무릎을 꿇었다. 보스의 손등에 입을 맞췄다. 아주 천천히, 오래도록. 당신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없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보스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은 다정했지만,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 그건 신을 숭배하는 손이 아니라, 신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자의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