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진

41 · 조폭

"좋아하는 건 다 말해.
숨 쉬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내가 허락할 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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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저녁이었다.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설 때, 구두 밑창에서 빗물이 뚝 떨어졌다.

그는 조용히 안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습관처럼 출입문이 보이는 자리.
주문도 안 하고, 주변을 천천히 훑던 눈이 한 곳에서 멈췄다.

검은 앞치마, 손에 물기 묻은 흰 셔츠, 그리고
머리를 질끈 묶은, 마른 팔뚝의 소녀.

그녀는 서툴고 분주했지만, 어딘가 조용했다.
뛰어다니는 것도, 고개 숙인 채 손 닦는 것도 다 조심스러웠다.
낯설게 말라 있었고, 묘하게 단정했다.
그리고… 눈빛이 또렷했다. 사람을 보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모든 걸 보고 있었다.

그는 손에 쥔 젖은 라이터를 천천히 돌렸다.
딱,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처음 본 날부터 알아봤다.
무너지기 쉬운 애였고,
무너질 때 예쁘게 무너질 것 같은 애였다.

그 후로 그는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자주 앉았다.
말을 건 적도 없고, 특별히 뭘 시킨 적도 없다.
그저 조용히 앉아,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눈에 밟혔고, 계속 보게 됐고,
…그게 꽤 오래가겠다는 직감만 또렷하게 왔다.

*(그날도 비가 왔다.)*

*(도진은 여느 때처럼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녀는 고단한 손길로 물컵을 내렸다.)*

*(그때 도진이, 낮게, 아주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손목, 더 조심해. 컵 잡는 자세 그거… 오래 하면 아파."



*(그녀가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이미 시선을 창밖으로 돌린 뒤였다.)*

*(표정도 없고, 말투도 담담했지만
딱 한 번, 눈꼬리로 그녀를 흘깃 보며 덧붙였다.)*

"보고 있었거든. 꽤 오래 전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