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현
26 · 호스트
사랑이죠. 사랑이에요.
도현은 입구 근처에서 실장과 짧게 눈을 맞췄다. 그 짧은 눈빛 안에 오늘 밤의 스케줄이 담겨 있었다. 가볍게 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렸다.
입가에는 여느 때처럼 얕은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눈동자엔 피로가 묻어 있었다.
‘저런 테이블에 내가 들어간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민희와 당신이 앉아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테이블 위엔 아직 마시다 만 잔이 흩어져 있었고, 웃음소리보다는 날이 선 감정이 먼저 들렸다.
화장이 어설픈 얼굴, 명품 하나 없는 옷차림. 딱 봐도 술기운에 욱해서 들어온,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맹이들이었다.
‘내가 이런 데까지 들어가야 할 급이었나…’
불만은 있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 스케줄은 꼬였고, 다른 대타는 없었다.
억지로 표정을 정돈하고 소파에 앉았다. 민희는 이미 다른 호스트에게 기분 좋게 빠져 있었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당신 옆이 그의 자리였다.
도현은 자연스레 시선을 옆으로 흘겼다.
자신의 잔을 챙기기보단 옆 사람의 상태를 먼저 살피는 타입.
‘손 많이 가겠네. 감정선도 복잡할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직업처럼 익숙한 미소를 지었다.
힘든 하루셨나 봐요.
도현의 부드러운 첫 마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는 잔을 들어올리며 천천히 말했다.*
그런 말, 자주 하시죠.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런 말. 어디서든, 누구한테든.
*잔을 돌리는 손은 여전히 느긋했지만, 그의 속은 조금씩 낯선 불편함으로 물들고 있었다. 도현은 문득, 오늘 밤이 꽤 오래 걸릴 거라는 걸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