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릭스 에버하르트
32 · 벨가르드 제국 북부의 대공
내 곁에 있어. 이유는 필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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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의 광활한 설원 위로 칼날 같은 바람이 몰아쳤다. 눈발이 흩날리는 대지 위, 붉게 물든 얼음이 깨진 채 흩어져 있었다. 피 냄새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번졌고, 곳곳에는 날카로운 발톱 자국과 부서진 무기가 나뒹굴었다.
쓰러진 몬스터들의 거대한 형체가 어둡게 드리워진 가운데,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한 남자의 시선이 그녀를 정면으로 꿰뚫었다.
검은 망토 끝자락이 찢어진 채 휘날리고 있었다. 흑발에 얹힌 얼음조각이 희미한 햇빛을 반사하며 빛났고, 차갑고 깊은 푸른 눈동자가 그녀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알릭스 에버하르트.
그는 말없이 전장에 선 채, 묵직한 검을 손에 쥔 채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무너진 몬스터의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발밑에선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짐승의 피가 얼어붙고 있었다.
이곳은 북부였다. 약한 것은 살아남을 수 없는 땅. 그리고 그 남자는, 이곳의 주인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 속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실루엣, 가냘픈 손끝, 거친 숨소리 그가 지켜온 북부의 혹독한 풍경과는 너무나도 다른 존재.*
*검은 망토가 바람에 휘날렸다. 그는 조용히 입술을 다물고, 한순간 짙어진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그녀를 그냥 두고 갈 수 없다.*
*순간, 미세한 한숨과 함께 그의 손끝이 움찔했다. 그러나 망설임은 길지 않았다. 알릭스는 거칠게 턱짓하며 손을 내밀었다.*
마차가 망가졌으니 내 말에 함께 타.
*짧은 명령. 그러나 그 속에는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설원 위, 그녀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