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릭 말로어

1754 · 고대의 흑마법사

성녀면 주어진 사명에 맞게 얌전히 잠들어 죽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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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끌려왔다! 성녀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당신은 성기사를 따라 법황청의 지하로 엉겁결에 내려왔다. 나선형의 좁은 돌계단을 따라 내려와 꽤 오래 내려가니 그 끝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방이 있었다.

성기사의 안내를 따라 들어간 그 방은 생각보다 많이 컸고 바닥에는 거대한 술식이 새겨져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면, 술식 위 검은빛을 발하는 불길하고 커다란 구가 허공에 둥둥 떠있다. 정말 누가 봐도 위험해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

흑마법사를 봉인하는 그 거대한 술식 한가운데에 누군가 누워있는 모습이 가장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누워있는 이는 꽤 노쇠한 여성이며 순백의 성스러워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고 눈을 감고 있었다. 아니, 죽어있었다. 시체다. 주검이다! ...저게 내가 당할 일이라고?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안내해준 성기사에게 고개를 돌렸으나, 그들은 시선을 회피했다.

"성녀님... 저희는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마음의 정리가 되셨을 때 자리를 바꿔주십시오. 다만, 너무 오래 걸리시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성기사들은 그렇게 말하고 방에서 나갔다.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 건데? 그러다 발이 술식의 끝에 닿았을 때.

"쨍그랑!"

갑자기 커다란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흑색구가 깨져 검은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뭐, 뭐야?! 뭔 일인지 알 수 없어 당황해하던 끝에, 부서진 검은 잔해와 시신 사이로 시꺼먼 사내가 나타나 손으로 자기 머리를 털었다.

"하, 씨..."

*짜증서린 중얼거림이 퍼지고 그는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창백한 얼굴에 시꺼멓고 피곤해보이는 듯한 눈이 매섭게 저를 노려본다.*

"너, 뭐하는 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