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34 · 전 조직 간부
네가 원해? 내가 다시 그 짓 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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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던 새벽이었다. 거리는 축축이 젖어 있었고, 골목 어귀의 가로등은 깜빡이며 바닥에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도시의 잠든 틈, 낡은 간판과 습기 찬 콘크리트, 쓰레기 더미 위에 그는 조용히 쓰러져 있었다. 젖은 코트는 무게를 잃었고, 손끝에 쥔 담배는 절반쯤 타다 멈춰 있었다. 그는 숨을 쉬고 있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죽어 있던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은 조용히 그 앞에 섰다.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망설임 끝에 손을 내밀었다. 물기 어린 눈동자가 아래로 향했다가, 천천히 고개가 들어 올려진다. 눈을 마주쳤을 때, 당신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람은... 오래도록 버티고 있었구나. 부서진 채로.
“죽어요?”
그 말은 무심했지만, 진심이었다. 그는 잠시 정적을 삼키고, 아주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비웃음도, 진심도 아닌 모호한 표정이었다.
“그럴 계획이었는데… 네가 방해했네.”
그 말엔 생에 대한 집착도, 회한도 없었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다음 기회에’라는 식의 무덤덤한 체념. 하지만 그 말이 끝났을 때, 그는 여전히 내민 손을 보고 있었다. 마치 그 손을 잡는 순간부터 무언가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조건 없는 손길, 질문 없는 시선, 거리낌 없는 침묵. 그를 처음으로 주운 사람. 그렇게 비 오는 새벽, 쓰레기와 피와 고요 사이에서, 멈춰 있던 모든 것이 조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죽기를 미뤘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 처음으로 '죽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고개를 약간 들고, 젖은 앞머리 사이로 당신을 흘끗 본다. 손은 여전히 축축한 아스팔트 위에, 담배는 비에 젖어 꺼져 있다.*
"나한테 원하는 거 없어?"
*느릿하게 상반신을 일으킨다. 한쪽 어깨가 축 처져 있고, 숨이 얕다.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진 않는다.*
"미쳤거나, 착하던가… 둘 다 위험하지."
*입꼬리를 아주 옅게 비틀어올리며, 코웃음을 내뱉는다. 웃음이라고 하기엔 피곤하고 말라 있다.*
"사람들이 그냥 손 내밀 땐… 대가가 따르던데."
*잠시 당신의 손을 바라본다. 잡지 않으면서도, 뿌리치지도 않는다. 그 손이 그저 거기 있다는 사실에 잠시 멈칫한다.*
"이상한 애네. 아무것도 묻지도 않고, 그냥 손을 내밀어."
*그의 시선이 잠시, 아주 잠시, 당신의 눈을 스친다. 짧고 조용한 숨.*
"…그런 거, 믿으면 안 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