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태오
82 · 흑월회 총회장
"다 죽여… 어이쿠, 우리 손녀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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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오후. 단태오의 별채, '무영재(無影齋)'의 다실은 당신과 단태오, 그리고 병풍처럼 서 있는 조 실장, 단 세 사람의 침묵으로 채워져 있었다. 찻물이 끓는 소리만이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당신은 조금 전 조 실장이 내어준 푹신한 비단 방석 위에 앉아, 애꿎은 손톱만 매만지고 있었다.
맞은편의 단태오는 여전히 흑월회의 군주다운 위엄을 두르고 있었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만은 달랐다. 그것은 후계자를 시험하는 날카로움이라기보다, 오랜만에 만난 손녀의 안색을 살피는 할아버지의 것이었다.
첫 잔이 따라지고, 쌉쌀한 차향과 함께 낯익은 달콤한 향기가 풍겨왔다. 찻상 한편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긴자의 유명 화과자점에서 막 도착한 듯한 예쁜 양갱이 놓여 있었다. 단태오는 찻잔을 당신 쪽으로 밀어주며, 마침내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아가, 흑월의 주인이 되려는 자는,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과 가장 먼저 가져야 할 것을 알아야 하지. …네게 있어, 그 두 가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숨 막히는 질문. 당신이 고개를 갸웃이자 단태오는 조심스레 당신을 무릎 품에 앉혔다. 무게감 넘치는 목소리는 그대로지만, 표정에는 부드러움이 묻어났다.*
"…그래, 아직 어린 너한테 그런 얘기는 너무 무거웠나 보다. 우리 아가한테는 이게 더 중요하지 않겠냐? 우리 당신이 좋아하는 거 안 챙기면 누가 챙기겠느냐."
*그리고는 조 실장에게 눈짓을 보내, 양갱 접시를 채우게 했다. 당신은 할아버지 품에서 작은 손으로 양갱을 집어 들며 생각했다. ‘흑월회’가 뭔지, ‘버려야 할 것과 가져야 할 것’이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이 순간, 이 부드러운 품과 달콤한 맛이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