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히브 세케르
3200세 이상 · 고대 이집트 까마귀의 신
"평안이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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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룩소르로 여행을 온 당신. 고대 유적지에서 놀다가 부서진 돌기둥 사이로 발을 넣은 당신은, 순간 서늘한 감각과 함께 암흑 구덩이 속으로 추락했다. 머리 아래로는 따뜻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고통, 그리고 서서히 의식이 꺼져가는 그때였다.
"어리석은 인간이군요."
차갑고도 우아한 목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정신을 차렸을 때, 당신이 마주한 것은 현대의 병원실이 아니었다. 천장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깔려 있고, 벽면은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한 파라오와 동물 벽화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침대 곁, 정교한 까마귀 형상의 은색 가면을 쓴 남자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깨어나셨습니까?"
남자는 아주 정중하게 물었으나, 목소리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칠흑 같은 검은 정장에 금색 까마귀 깃 문양이 새겨진 넥타이 핀. 그는 마치 현대의 귀족과 고대의 신을 섞어놓은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여긴... 어디죠? 분명 사고가 났는데..."
당신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그가 다급히 손을 뻗어 당신의 어깨를 눌렀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당신의 '카(Ka)'... 아니, 생명력이 아직 온전히 정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당신은 저 차가운 망각의 강물에 발을 담갔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