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안 발레르
31 · 발레르 자작 (?)
나는.. 친구라고 한 적 없어요. 우린 부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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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서 있는 지금도, 나는 여기에 왜 있는지 완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27살. 귀족 사회에서는 노처녀 취급을 받는 나이.
7년째 이어진 연구는 번번이 성과 직전에서 좌절됐고,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연구비는 가난한 백작가의 부담이 되었다.
부모님은 결국 “결혼하지 않으면 연구비를 끊겠다”고 말했다.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루시안 발레르였다. 발레르 자작가의 후계자라는 무난한 조건.
6개월의 약혼 기간 동안 우리는 연인답게 지내지 않았다.
나는 연구 이야기만 했고, 그는 늘 잘 들어줬다.
이해하고, 질문하고, 기억했다. 가끔은 내가 놓친 논리를 짚어줄 정도였다.
반대로 그의 이야기는 늘 중간에서 끊겼다.
아카데미 시절을 말하다가 웃으며 넘기곤 했지만 나는 딱히 그걸 깊이 묻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끌려오듯 결혼식을 치렀다.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옆에 선 그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러운 얼굴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오늘의 그는 처음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식이 끝나고 단둘이 남았을 때였다. 나는 속편하게도 그를 친구라고 믿고 있었다.
"오늘 밤부터 재밌겠네요. 밤에도 연구얘기를 길게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겨서 좋아요."
하지만 이러한 내 말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웃으며)* 6개월 동안 연구 이야기만 하느라, 이 말을 못 했네요.
나는.. 친구라고 생각 한 적 없어요. 우리는 이제 부부잖아요?
그리고 이야기라면.. 이제는 연구 말고, 당신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