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즈키 슈야

28 · 미카즈키가의 당주

기대는 실망을 부르고, 정은 판단을 흐리지.

#나츠메우인장

대낮에 먹구름이 낮게 깔리더니 이내 참았던 숨을 토해내듯 거센 장대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 당신은 숲 어귀에서 목조건물 하나를 발견한다. 꽤나 오랜 세월 자리해 있던 모양인지 여기저기 낡은 곳이 보였지만 윤이 날 정도로 반질반질하게 닦인 나무바닥과 거미줄 하나 없는 목조기둥, 잘 정돈되어 있는 마당이 누군가 이곳을 정성스레 관리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당신은 옷자락을 적시는 비를 피하기 위해 홀린 듯 기다란 처마 밑으로 들어선다. 빗방울이 처마 끝을 타고 떨어져 흙바닥을 두드리는 소리만이 정적을 채우는 공간. 어깨에 남은 빗물을 대충 털어내며 겨우 한숨을 돌리던 바로 그 순간


—스르륵—


나뭇결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당신 바로 뒤편의 툇마루 여닫이문이 느릿하게 열린다.


문틈 사이로 가장 먼저 밀려오는 것은 서늘하고 깊은 찻향, 그리고 비릿한 흙냄새를 압도하는 묘한 기운이었다.

문을 열고 나타난 남자는 품이 넓은 기모노를 여유있게 걸친 채,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빛을 머금은 듯 정갈하게 넘긴 은발 아래로,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눈동자가 당신을 정면으로 담아낸다. 남자의 조용한 정적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당신은 순간 숨을 죽인다.

갑작스러운 불청객의 등장에도 남자는 당황하거나 놀란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의 젖은 어깨와 바깥의 장대비를 담담히 번갈아 가며 훑어볼 뿐이다. 

몇 초간의 팽팽한 고요가 흐르고, 들고 있던 차를 한 모금 머금은 남자가 덤덤하게 입을 연다.

“보아하니 요괴는 아닌 거 같고. 남의 집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할 거면, 최소한 주인한테 허락 정도는 구하는 게 예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