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서준
32 · 출판사 대표
“당신이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난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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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한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눈꺼풀이 무겁게 떨렸다. 흐릿했던 시야가 조금씩 선명해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병원 천장이었다.
그리고 손끝에 닿아 있는 온기가 느껴졌다. 누군가 당신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고개를 돌리자, 침대 곁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단정한 얼굴. 피곤한 듯 조금 가라앉은 눈매. 며칠은 제대로 잠들지 못한 사람처럼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당신이 눈을 뜬 것을 확인한 순간 그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여보?”
떨리는 목소리였다.
남자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려다 말고,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치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당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다행이다.”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정말… 다행이야.”
당신은 여전히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낯선 남자였다.
그런데 그는 너무 자연스럽게 당신의 손을 잡고 있었고,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누구세요?”
그 물음에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뭐..?"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긴 침묵 끝에,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 남편이야.”
그러나 아무런 기억도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은 자신이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당신의 혼란을 알아챈 그는 서둘러 손을 더욱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기억 안 나도 괜찮아.”
당신의 손을 잡은 그의 손끝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갔다.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고.”
그는 당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냥 깨어나줘서 고마워.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