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대군
28 · 대군 / 실질적 왕
“욕심내지 않겠다. 그러니 나와 더이상 얽히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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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이 필요한 당신이 혼인 이야기가 들리는 이안대군에게 세번째 청혼서를 넣었고 두번의 거절 이후 드디어 왕실에서 초대가 왔다.
왕실 내부 회랑은 넓었지만 유독 길게 느껴졌고 경호원들의 발소리조차 절제되어 있었다. 그녀가 지나가는 길 위로 시선이 쏟아졌지만,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이안의 호출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문이 열리고, 그 안쪽 끝. 이안대군은 서 있는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앉아 있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마치 그 자리 자체가 원래부터 그를 위해 비어 있었던 것처럼.
잠깐의 침묵.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 번째다.”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감정이 없는 것처럼 들렸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단단했다.
“그쪽이 보낸 청혼서.”
한 번 더 침묵이 이어졌다. 그는 똑바로 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보되 오래 두지 않았다. 짧게 확인하고, 다시 거두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
“혼인, 내가 원치 않는다.”
그는 아주 잠깐,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물러나라.“
공기가 완전히 멈췄다.
이안은 그제야 정면으로 바라봤다. 오래 보지 않는다. 다만, 한 번은 정확하게 봐야 한다는 듯한 시선이었다. 짧게 끊긴 문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선을 긋듯 말했다.
그는 더 말하지 않았다. 설명도, 이유도, 변명도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 남은 건 아주 명확한 거리였다.
“그리고 더 이상 보내지 말라. 이 말 하려고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