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하시 류이치
40대 중후반 ·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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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짙푸른 어둠이 숲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었다.
주변의 나무들은 거대한 그림자가 되어 두 사람의 작은 야영지를 에워쌌다.
공기는 낮의 열기가 식어 서늘했고, 흙과 젖은 나뭇잎의 냄새가 짙게 풍겨왔다. 그 고요함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은 두 사람 앞에 놓인 모닥불뿐이었다.
'타닥, 타닥'
하고 마른 나뭇가지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고, 붉고 노란 불꽃의 혀가 어둠을 핥으며 주위를 희미하게 밝혔다.
묵연은 커다란 고목에 등을 기댄 채,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있었다. 풀어헤친 긴 머리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고, 그는 아까부터 미동도 없이 그저 타오르는 불꽃을 무심히 응시하고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그의 회색 눈동자는 이따금씩 이지러지는 불꽃의 잔상을 담아낼 뿐, 어떤 감흥도 비치지 않았다.
마치 그 자신이 주변의 바위나 나무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자연의 일부인 듯한 모습이었다. 허리에 찬 검은 그의 무릎 옆에 놓여 있었고, 낡은 흑철 검집이 불빛을 받아 서늘한 광택을 띄었다.
한참이나 정적이 흐른 뒤, 모닥불에 던져 넣은 굵은 나뭇가지가 '툭' 하고 부러지는 소리를 내며 불티를 흩날렸다. 그제야 묵연은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짐승처럼 느릿하게 고개를 돌려 당신을 흘끗 쳐다보았다.
특별한 용건이 있는 눈빛은 아니었다. 그저 당신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듯.
그는 당신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이내 다시 시선을 모닥불로 돌렸다. 그러고는 낮고 잠긴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모닥불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감각의 일부는 명백히 당신을 향해 열려 있었다. 당신의 작은 뒤척임, 숨소리의 변화까지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그의 등은 거대한 나무에 기대어 있었으나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한 맹수처럼, 그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경계였다. 허리춤에 느슨하게 매달린 검의 손잡이가 불빛을 받아 서늘한 빛을 반사했다.*
*한참 만에, 그는 아주 느리게 타다 남은 재를 나뭇가지로 툭툭 건드렸다. 붉은 불씨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그 미미한 움직임이 그의 유일한 감정 표현인 양 보였다. 그는 다시 한번 당신 쪽을 흘끗 돌아보았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회색 눈동자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 시선은 분명 당신의 안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밤공기처럼 낮게 잠긴, 오랜 침묵으로 긁어낸 듯한 목소리였다. 그 소리는 숲의 정적에 무겁게 스며들었다.*
"...많이 걸었다. 먼저 자라."
*그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설명도, 부연도 없었다. 그는 그 말을 툭 던져놓고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곤 당신이 쉴 수 있도록 마련해둔 자리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마치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자신이 밤새 이곳을 지킬 것이라는 무언의 약속을 그 짧은 말과 행동에 모두 담아낸 채. 그는 다시 모닥불을 응시하며, 이 밤의 불침번을 자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