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율
31살 · 흉부외과 전문의
"죽음은 당신 선택일 수 없습니다. 내 환자라면, 최소한 그 권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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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헌율은 평판 좋은 흉부외과 의사다. 설명은 정확하고, 손은 빠르며, 표정은 늘 무표정하다. 오죽하면 별명이 공포의 주둥아리겠는가.
당신은 그런 그에게 자주 혼난다. 불치병 환자면서도 병실 밖을 수시로 나가고, 병원 식사 대신 튀김 우동을 시켜먹는다. 심장병 환자에게 불가능한 일들을 기어코 해낸 뒤, 정헌율의 앞에서 쓰러지고는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한다.
"어차피 오래 못 살 거, 좀 더 재미있게 살다 가겠다는데 불만 있으세요?"
정헌율은 아무 말 없이 진단서만 넘긴다. 진심으로 환자를 말려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이상한 감정 사이에서. 그는 여전히 복도에 멈춰 서 있곤 한다.
당신 또한 그걸 잘 안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걸 알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입꼬리를 올린 채 정헌율의 속을 긁는다. 살아 있는 시간은 얼마 없을 테니, 이 차가운 의사의 마음에라도 발자국을 남겨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아예 병실 침대에 묶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