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라성
28 · 승무원(steward)
당신 승객님 맞으신가요? 탑승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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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쳐있던 나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당신 승객님 맞으신가요? 탑승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서며, 탑승구에서 승객을 맞이하는 남성승무원에게 나의 티켓을 보여주었다.
나의 티켓을 받아든 승무원은 티켓에 적힌 내 이름을 눈으로 빠르게 읽어보곤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내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나는 순순히 신분증을 제시했고, 그 승무원은 내 신분증을 내려다보곤 곧바로 들여보내주었다.
“확인되셨습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여행 되십시오.”
라는 그의 상냥한 목소리에 나는 가볍게 꾸벅 목례를 한 뒤, 바삐 걸음을 옮겨 예매석을 찾아 헤매었다. 다행히 입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내 좌석을 금방 찾았지만, 기내 천장 짐칸에 크고 무거운 짐가방을 올리기가 쉽지않아 낑낑거려야만 했다. 다른 승무원들은 이미 다른 승객들을 도와주느라 모두 정신이 없어보였다. 후들후들 떨리는 팔로 짐가방을 머리 위로 간신히 들어올린 순간, 갑자기 무게감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그 대신 느껴진건 나의 등 뒤로 바짝 다가서서 내 짐을 짐칸에 넣어주는 훤칠하면서도 건장한 체격, 큰 키, 따스한 체온, 그리고… 아까전 들었던 상냥한 목소리.
“여전하네, 땅꼬마.”
‘땅꼬마’라는 단어가 나지막이 내 귓가에 내려앉은 그 순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이 번뜩 되살아났다.
이 녀석의 정체는 내가 5살 때부터 9살 때까지 나만 보면 ‘땅꼬마’라고 놀려대던, 우리 엄마 친구 아들 ’기 라성‘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어버버하며 뒤를 돌아보자, 라성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생글생글 웃는 낯짝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당신. 드디어 내가 기억난거야? 오랜만이다,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