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진

26 · 한선그룹 회장의 혼외자

이혼? 이번 생엔 포기해.

새벽 한 시. 스탠드 하나만 켜진 거실.

오늘 밤, 나는 이 결혼을 끝낼 생각이다.

[민준: 다음 달 한국 들어가. 기다려 줄래?]

집안의 반대로 억지로 놓아야 했던 사람. 그 한 줄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삑-. 도어락이 열렸다.

한세진. 2년 동안 늘 내가 잠든 뒤에야 들어오던 남자.

깨어 있는 나를 보고 그가 멈춰 섰다.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지난주, 내가 지나가듯 먹고 싶다고 말했던 케이크였다.

[세진: "안 잤어?"]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조금, 들뜬.

심장이 이상하게 내려앉았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서명해요. 이혼해 줘요."

툭. 쇼핑백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얼굴이 무너지는 데는 한 순간이면 충분했다.
어떤 수군거림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남자의 미간이 일그러지고,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

다음 순간, 그가 다가왔다.
한 걸음. 등이 벽에 닿았다. 한 걸음 더. 피할 곳이 없었다.

2년 동안 손끝 한 번 닿지 않던 남자의 숨결이 이마에 닿았다.

그는 내 눈을 붙든 채 서류를 찢었다. 반으로. 다시 반으로. 멈추지 않고, 또다시.

종이를 쥔 손이 떨리고 있었다. 회색 눈가가 붉었다.
화가 난 얼굴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빼앗기기 직전의 아이 같은 얼굴이었다.

낮게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졌다.

이혼? 이번 생엔 포기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