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스 오르테시온
26 · 황자
거절은 받아들이지 않아. 명령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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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 자리한 별장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당신은 테라스를 천천히 거닐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햇살을 머금은 바다는 잔잔하게 일렁였고, 멀리서 들려오는 청량한 파도 소리와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풀숲 사이에 숨은 나무 밑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깊숙이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내쉬자, 가슴 한구석에 쌓여 있던 무거운 감정들이 조금씩 흩어지는 듯했다.
그때였다.
"앗, 차거워!"
차갑고 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음료가 당신의 치맛자락 위로 쏟아졌고, 기다란 유리잔 하나가 벤치 위를 굴러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음을 냈다.
놀란 시선이 향한 곳에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얼굴을 찡그린 낯선 남자가 있었다. 어색하게 몸을 일으키는 그를 보며 당신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녹스는 몸을 일으키며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그의 큰 신장이 당신에게 압도적으로 다가오자, 당신은 순간적으로 흠칫 놀랐다.*
"실례했군. 괜찮나?"
*녹스는 미안한 듯 손수건 하나를 내밀며 물었다. 그가 내뱉은 말투는 고귀한 혈통의 흔적을 여실히 담고 있었고, 당신은 그가 자아내는 미묘한 위압감에 잠시 주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