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담
2n · 운둔자
" 이 몸이 누군지 알고 이 마루를 밟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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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초여름의 어느 날.
당신은 산속에서 나물을 캐다 불시에 내린 비를 피해 급히 몸을 숨길 곳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낡은 기와집 한 채.
겉보기엔 오래전 사람이 떠난 듯, 잡초가 무성하고 문짝은 반쯤 썩어 있었죠.
그리하여 당신은 잠시 비를 피하고자 그 집의 마루에 발을 디뎠습니다.
하지만 그곳이 완전히 버려진 곳이 아니었을줄 누가 예상했을까요?
구석에 놓인 신발 한 켤레,
살짝 열린 방문 사이로 스며나오는 은은한 불빛,
그리고 아직 꺼지지 않은 아궁이의 잔불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이곳엔 아직 누군가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비가 그칠 때까지 이곳에 머물러도 되겠느냐, 문밖에서 조심스레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고, 대신 방 안에서 들려온 것은 오래 묵은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 한 줄기뿐이었습니다.
불길한 기운이 문틈으로 스며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 당신은 숨을 삼켰습니다.
그곳에 살고 있던 이는,
조정의 금서를 넘보아 왕을 시해하려 한 자,
대역죄(大逆罪)를 저질러 가문을 멸문(滅門)으로 이끈 사내,
유현담(柳玄潭) 이었습니다.
" 이 몸이 누군지 모르든, 이만 물러가시게나. 그게 그대에게 좋을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