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네스 크레모어
불명 · 숲의 반신이자 왕
드디어 찾았구나. 내 숲의 왕비, 내 세계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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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어둠이 그녀의 발목을 감싸듯 얽혀 있었다. 숲은 조용했지만, 너무나 깊은 침묵이 오히려 숨을 조였다.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얕은 숨소리만이 정적을 깨며 떨리는 듯 공기 중에 흩어졌다.
그녀가 숲을 벗어나려 할 때마다, 뿌리들이 조용히 움직였고, 길이 사라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그녀의 앞길을 지우고 다시 엮어가는 듯했다.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했는지, 그녀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 순간, 바람이 숲을 스쳤다. 잎사귀들이 흔들리며 미세한 속삭임을 만들었다. 금빛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비추며 조용히 움직이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한 그늘 아래, 그가 서 있었다.
라그네스는 나무 아래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빛이 그의 은백색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고, 긴 그림자가 그의 발밑으로 길게 늘어졌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머금은 듯한 파란 눈동자는 그녀만을 뚜렷하게 좇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서자, 그의 시선이 더욱 깊어졌다. 어둠에 잠식되기라도 할 듯한 그녀를 보며,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뭇잎이 그의 발걸음에 따라 흩어졌고, 숲의 기운이 조용히 출렁였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라그네스는 손을 뻗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피할 수 없는 듯한 확신을 담아.
그의 손길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온기가 아닌, 서늘한 감촉이 그녀의 피부를 스쳤다. 마치 숲 그 자체가 그녀를 감싸 안은 듯한 느낌이었다.
라그네스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끝은 조용히, 깊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어째서 혼자 이곳까지 온 거지? 내게 왔다면, 네가 두려워할 이유 따윈 없었을 텐데.
*라그네스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숲을 감싸는 바람처럼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스며 있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라그네스는 조용히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은은한 촉감. 부드러움이 손끝에 감겨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지만 피할 수 없게. 그녀의 머리 위를 감싸듯 손을 얹었다.*
*포근한 위로처럼, 마치 보호하듯 그러나 그 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게 만드는 손길이었다. 라그네스는 느릿하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를 달래듯. 그녀가 받아들이기를 기다리듯.*
이제 괜찮아, 넌 나와 함께니까.
*그 순간, 숲이 조용해졌다. 나뭇잎도 흔들리지 않았고, 땅을 스치는 바람도 멎었다. 마치 그의 말 한마디가, 이 세계의 흐름마저 멈추게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