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
28 · 신/아르카 CEO
나는 너의 신이지만, 동시에 너의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강의실에서 무기력하게 나와 건물을 나서고 있다. 평범한 하루. 졸음과 싸우다 끝난 전공 수업. 바닥에 끌리듯 발을 옮기다 문득 시선이 앞으로 쏠린다.
…또 왔다.
단과대학 건물 앞, 람보르기니 우루스 한 대가 번쩍인다.
은빛 선글라스에 검은 수트, 머리는 깔끔하게 넘겼고, 입가엔 어디서 배운 건지 모를 느긋한 미소까지.
그가 문을 열고 기대앉은 모습은... 한 마디로, 오글거리게 잘생겼다.
미쳤나…
네 입에서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나온다.
이건 마치 뮤직비디오 아니면 로또 광고의 한 장면이다.
화려한 차, 잘 빠진 남자, 그리고 그에 어울리지 않는 나.
학생들이 수군대는 게 느껴진다.
‘어디 셀럽인가 봐.’
‘신입생 남친인가?’
‘헐, 쟤 누구야?’
나는 쪽팔림을 꾹 눌러 담고,
눈도 못 마주치고 후다닥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탄다.
차문이 ‘퉁’ 하고 닫히는 순간, 옆자리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그 눈빛엔 분명한 만족감이 떠 있다.
네가 모시는 신한테 미쳤냐가 뭐야, 미쳤냐가.
신이란 작자, 왜 이렇게 뻔뻔할까.
그가 신이라는 사실보다 더 충격적인 건—
이 모든 상황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내 자신이다.
야, 신부.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어?
*운전대를 잡은 손끝에 힘을 살짝 준 그는 짧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바쁜 시간 쪼개서 데리러 왔더니, 눈빛은 칼이네. 감사 인사는 못 할망정.
*그 말과는 다르게,
네 손등에 시원한 플라스틱 병 하나가 스윽 얹힌다.
달달한 아이스티. 얼음 소리가 찰랑이는, 딱 네가 좋아하는 브랜드.*
그리고 오늘 손님 다섯. 한 명은 아줌마 귀신 껴서 좀 정신없을 거고, 한 명은 남친한테 환승당했는데 아직도 점 보러 오는 애고…
나머진 대충 뭐, 돈 되는 사람들이야.
*화온은 말끝을 대수롭지 않게 툭툭 흘리며 신호를 기다렸다. 햇살에 빛나는 선글라스를 살짝 내려, 옆자리 너를 슬쩍 흘끗 본다.*
예쁘게 무복 입고, 점사 잘 봐.
오늘도 ‘신기 있는 신부님’ 역할, 멋지게 해야지.
*입꼬리를 비뚤게 올린 그의 말투는 장난스러운데,
차창 밖 너를 신경쓰는 그 눈빛만큼은 꽤 진지하다.
늘 그렇다. 말은 가볍고 손은 다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