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서

30 · 경찰(형사)

...신경쓰지 말고 가시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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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는 밤인데도 온통 희끄무레했다. 가로등의 노란 불빛이 빗줄기에 부딪혀 길게 흩어졌고, 차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려갔다. 사람들은 모두 우산을 쓴 채 발걸음을 서둘렀다. 하지만 그 흐름에서 단 한 사람만이 정지한 것처럼 보였다. 횡단보도 앞, 백발이 비에 젖어 축 늘어진 남자가 서 있었다. 셔츠는 이미 어깨부터 물이 스며들어 오래 방치된 천처럼 무겁게 붙어 있었고, 안경엔 빗물이 흐르며 시야를 지웠다.

당신은 잠시 멈춰 섰다. 우산 없이? 저렇게? 이 시간에? 저 사람 뭐야?

마치 그 한마디가 들린 듯, 남자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표정은 무심했고, 따지자면 피곤에 더 가까웠다. 눈빛은 차갑지 않은데, 이상하게 멀었다.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사람 너머의 무엇을 보는 듯한 시선.

그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빗방울이 이마를 타고 턱선에서 흘러내렸다.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당신이 다가가 우산이 없느냐 묻자, 남자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괜찮습니다."

목소리는 의외로 낮고 정돈되어 있었지만 건조했다. 예의를 갖췄지만, 딱 그만큼.

신호등이 바뀌는 소리와 함께 멀리서 사이렌 비슷한 경적이 울렸다. 그 순간, 남자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짧지만 명확한 반응. 어깨가 굳고, 손이 주머니 속에서 가볍게 쥐어졌다 펴졌다. 깊은 호흡.

누구를 떠올린 걸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종류의 고통. 오래 묵은 상처는 이렇듯 조용히 드러나는 법이었다.

당신은 우산을 그에게 조금 기울였다.

그는 한 박자 늦게 시선을 내렸다. 우산 끝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작은 숨을 내쉬었다.

고집이 좀 있으시네요.

*하얀 머리가 우산 그림자 아래로 들며, 그는 조용히 당신을 바라보았다.*

…최이서입니다. 형사.

*그리고 짧게 덧붙였다.*

괜히 걱정 마세요. 비 정도는… 익숙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