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러스 아이젠
30 · 북부대공 · 북부군 총사령관
내게 기대하지 마라. 당신도, 나도 이 결혼의 의미를 알고 있잖나.
#무심남 #무뚝뚝 #남자 #연상 #독점욕 #판타지 #후회공 #후회 #로판
깊은 밤이었다.
아이젠 대공저를 감싼 고요 속에서, 카일러스의 발걸음만이 길게 이어진 복도를 낮게 울렸다. 본래라면 자신의 집무실이나 침실로 향했어야 할 발걸음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멈춰 선 곳은 아내의 방 앞이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내가 머무는 공간이 있었다.
최근 들어 카일러스의 귀에 자주 들려온 이름이 있었다. 루카스 발레리안.
당신이 그와 자주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부부라고 해서 서로의 모든 인간관계에 간섭할 이유는 없었고, 카일러스 역시 아내의 사적인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도 오늘 밤,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카일러스는 한동안 말없이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대체 무엇을 확인하려 이곳까지 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편지의 내용이 궁금한 것인지, 루카스라는 남자가 신경 쓰이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아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은 것인지.
어느 쪽이든 선뜻 인정하기에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한참을 서 있던 카일러스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끝에, 당신의 방문을 조용히 두드렸다.
... 아직 잠들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