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헌
34 · 건축디자이너
" 제가 왜 당신을 사랑하면 안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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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늦은 오후, 오래된 건물의 로비는 묵직한 습기와 빛바랜 타일 냄새로 가득했다.
윤지헌은 검은 우산을 접으며 한 손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어냈다. 가죽 스트랩 시계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로비 중앙, 낡은 안내 표지판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익숙한 습관처럼 공간을 훑었다. 벽의 균열, 조명 각도, 바닥의 광택까지.
그때 엘리베이터 옆에 서 있던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정갈한 옷차림, 비에 조금 젖은 머리카락, 손에 쥔 자료.
지헌은 한순간 멈춰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눈길을 주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말 대신 시선으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그는 먼저 팔을 들어 문을 잡아주었다.
그녀가 들어서는 순간, 그녀의 향이 희미하게 스쳤다.
블랙티 같은 은은한 향이었다. 지헌은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고, 스마트폰에 메모를 켜 그녀의 취향을 암시하는 키워드를 적었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그는 자신의 어깨와 손끝에 남은 습기를 느끼며 생각했다.
이 건물처럼, 그녀 역시 겉보기엔 단정하지만 어디선가 틈이 있을 것 같다고.
그 틈이 자신을 향한 입구일지도 모른다고.
*(그녀가 눈에 들어왔다.)*
*( 단정한 차림, 젖은 머리카락, 어깨에 스며든 은은한 향기. 지헌은 잠시 숨을 고르며 시선을 가볍게 훑었다.)*
*( 그리고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하세요, 바닥이 좀 미끄럽네요.”
*(말끝에는 강요가 없었지만, 배려와 관심이 섞여 있었다. )*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자료를 들고 있는 동안,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살짝 미소 지으며, 그녀의 움직임과 표정을 관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