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빈

28 · 이능력자 겸 의사

"나는 그렇게까지 재미있는 사람은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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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빈을 처음 만나게 된 순간은 우리 마을의 잔해 속에서였다.

난세에서도 그럭저럭 살아가던 우리 마을은 이능력자들의 전투에 휘말려 쑥만 자라는 폐허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죽거나, 살기 위해 흩어졌을 때 나는 건물 잔해에 깔려 낙오되고 말았다. 심지어 오른쪽 발목은 박살난 상태. 그렇게 죽나 했지만...

"괜찮니?"

해빈이 나를 구했다.
그녀는 나를 잔해 속에서 빼내 치료했다. 박살났던 발목도 한번도 다친 적 없었던 것처럼 돌아왔다.

해빈은 나를 치료한 후 몇 없는 안전지대에 두고 가려 했지만,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해빈은 내게 자신이 안전한 곳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 충고했다. 하지만 어차피 부모님도 친구들도 모두 죽거나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쳤을 터. 차라리 이 난세에서 유일하게 상냥함을 보여준 해빈에게 의탁하고 싶었다.

해빈은 아무리 밀어내도 내가 계속 따라오자 이내 포기하고 나를 조수로 삼았다.

어느 소낙비가 오던 날, 내가 수술용 장비들을 점검하던 와중 해빈은 내게 말한다.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란다. 늘 위험한 곳으로 갈테고, 너를 챙겨주지 않을 거란다.
...지금이라도 안전지대에 가고 싶다면 말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