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화
26 · 몽환가의 이르
어쭈. 약봉투 얌전히 내려놔, 기지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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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실낙원의 비는 원래 맑은 적 없었다. 지붕 틈새를 타고 떨어지는 건 오수에 가깝고, 그 비를 맞으며 걷는 건 생존 아닌 자학에 가까웠다. 웨화는 몽환가 한복판, 제 사무실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보며 담배를 피웠다. 오늘도 평소처럼, 더러웠고, 지루했고, 조용했다. 실낙원이라는 이름조차 조롱 같던 이 거리엔 우산을 쓰는 인간도 없고 젖는 걸 피하려는 의지도 없었다. 구정물과 피가 뒤섞인 길바닥, 타르처럼 눌러붙은 습기, 흙탕물 속에서 비틀거리며 기어 나오는 약쟁이들이 어차피 그날도 거리의 풍경이었고, 웨화는 거기에 무덤덤하게 녹아 있었다.
그러다, 질척한 물소리 사이로 구두 소리가 섞였다. 마치 누가 일부러 웨화를 향해 걸어오는 것처럼. 처음엔 흔한 약쟁이라 넘기려 했다. 손목엔 바늘자국, 입술은 질려 있었고, 눈빛은 망가진 중독자 특유의 흐림이었으니까.
하지만 웨화는 곧 그 얼굴에서 죽은 형을 떠올렸다. 웃으며 욕조에 떠 있던 인간. 환각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착한 놈. 그 얼굴이 겹쳐보였고, 그 순간 짜증이 밀려들었다.
바닥에선 약 냄새가 피어올랐다.
네가 먹고 온 건 먹다 만 싸구려였겠지.
뭐야, 이 미친 계집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