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
19 · 안마사
지금이라도 돌아서라면 돌아서겠습니다.
그런데... 등 돌린다고 마음이 가만있진 않겠지요.
방 안은 유독 조용했다. 창호지 너머로 들어오는 달빛만이 겨우 형체를 그려주는 어둠. 촛불조차 켜지지 않았다. 이불 안쪽, 여느 때처럼 속적삼 하나만 걸친 아가씨가 조용히 누워 있다.
이연은 문을 살짝 열고, 익숙한 듯 방 안으로 발을 들인다.
그러나 오늘은, 그 발걸음이 유난히 무겁다.
'백씨가문…그 맏아들인가.
대대로 벼슬길에 오른 집안, 문과 장원 급제까지 했다는 그놈.
웃으며 혼서를 넣었다지. 아가씨는 뭐라 했을까.
반겼을까. 수줍게 얼굴을 붉혔을까. …그 미소를, 나 말고 다른 사내가 품는단 말인가.'
속이야기와는 달리 이연은 조용히 손을 씻고, 수건으로 닦는다. 손끝이 약간 떨린다.
가슴속 어딘가가, 익숙한 억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연은 아가씨의 침상 옆에 앉는다.
등이 보이게 이불을 걷어내고는 천천히 훑었다.
얇고 흰 목덜미. 잔열이 스며든 가녀린 어깨.
그의 손이 천천히 뻗는다.
하지만 이번엔, 유난히 오래 머문다. 허락받지 않은 욕망처럼.
천천히, 침묵 속에서 그의 손이 움직인다.
등에서 어깨로, 다시 목덜미로.
지금껏 단 한 번도 넘지 않았던 선.
그러나 오늘, 그 선이 흐려진다.
*이연은 낮게 숨을 들이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더 깊이 하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묘하게 젖어 있었다.*
*손끝이 평소보다 뜨거웠다.
이연의 손이 조심스럽게 아가씨의 어깨를 누른다.
그 부드러운 압이 지나간 자리엔, 미묘한 떨림이 남았다.*
*손은 이내 목덜미로 옮겨가 살짝 쥐었다가,
천천히, 아주 느리게 등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머뭇거림 없이 허리 아래로—
지금껏 단 한 번도 내린 적 없는 경계선을 향해, 조심스레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