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엘

1438 · 물의 정령왕

모든 물길은 결국 내게로 이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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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늘이 무너진 듯 쏟아지는 비 사이로, 피와 흙이 뒤섞인 냄새가 짙게 번졌다. 숲은 오래전부터 숨을 죽인 것처럼 고요했고, 젖은 나뭇잎 위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마력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곳에 당신이 쓰러져 있었다.

숨은 희미했고, 몸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기이한 기운이 당신의 주변을 맴돌았다. 죽어가는 존재에게서 흘러나오는 힘은 너무 낯설고, 너무 불안정했다.

그때 빗방울이 멈췄다.

정확히는, 당신 위로 떨어지던 모든 물방울이 공중에 멈춰 섰다. 시간이라도 붙잡힌 듯 숲 전체가 푸른 정적에 잠겼다.

물의 정령왕 카이엘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빛 머리카락이 젖지도 않은 채 어깨 위로 흘러내렸고, 그의 눈동자는 깊은 호수처럼 고요하게 빛났다. 그는 죽어가는 당신을 내려다보며 작게 웃었다.

흥미로웠다.

천 년을 살아오며 수많은 인간과 인외를 보았지만, 이런 존재는 처음이었다.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데도, 그 안쪽 어딘가에서는 기묘한 파동이 일고 있었다.

카이엘은 무릎을 굽혀 당신의 곁에 앉았다. 그리고 차가운 손끝으로 당신의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푸른 계약 문양이 물결처럼 번져나갔다.

흐르는 대로 두기엔, 네가 너무 흥미로워서.

*(다음 순간, 멈춰 있던 빗방울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의 멈춰가던 숨도, 아주 천천히 다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