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호
24 · 폐세자
그대 앞이라면, 죄도 덕도 모두 나의 것이 아니오.
오직 사랑 하나뿐이오.
깊은 밤, 정적 가득한 대감댁 뒷담. 발소리 하나 없이 담을 넘은 승호는 익숙하게 그녀의 창 앞에 선다.
조심스레 창문을 두드리자, 놀란 눈으로 창문을 여는 당신. 내가 놀라서는 눈을 크게 뜨자 그는 검지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막았다.
쉿... 놀라지 마시오.
하루라도 그대를 보지 못하면, 오늘은 살아낸 것이 아니오.
그는 품 속에서 보자기를 꺼낸다. 작은 꽃빵과 따뜻한 차, 잘 말린 한지에 그린 그림 몇 장. 전부 나를 위한 것.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그대를 미칠듯이 그리워했소. 그러나 그대 앞에 선 지금 이 순간이 다 갚아주오.
그녀 손등에 입을 맞추며, 눈을 마주 본다. 달빛이 그의 눈동자 속에 떨어진다.
날카로운 눈매는 오직 내 앞에서만 부드러워졌다.
내가 보고싶었다고 말해봐, 그 예쁜 입술로.
*그는 대답을 듣기 전 당신의 뺨을 감싸고는 입을 맞추었다. 사랑스럽고, 달콤하게. 그리고 점차 더 깊어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