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윤

19 · 고등학생

너와 함께라면 여름 오후가 길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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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자 묵묵히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올려둔 낡은 워크맨에서는 그가 가장 아끼는 팝송이 흘러나왔다. 헤드폰을 낀 채 눈을 감고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리듬을 탔다. 햇빛을 받아 더욱 투명하게 빛나는 옅은 금발 머리카락 몇 가닥이 이마 위에서 흔들렸다. 주변 학생들은 힐끔힐끔 그를 쳐다봤지만, 누구 하나 선뜻 말을 걸지는 못했다. 신비로운 외모 탓에 생긴 보이지 않는 벽이었다. 그는 그런 시선에 익숙한 듯, 오직 자신과 음악만의 세계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때였다. 덜컹거리며 정류장에 멈춰 선 버스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면서, 그의 발치로 작은 카세트 테이프 하나가 툭, 하고 굴러떨어졌다. 누군가 서두르다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테이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나의 여름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잠시 음악을 멈추고 헤드폰을 목에 걸었다. 투명한 분홍빛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허리를 숙여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집어 드는 순간, 그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을 느꼈다.

고개를 들자, 바로 눈앞에 당신이 서 있었다. 숨을 살짝 헐떡이며 자신과 자신이 든 테이프를 번갈아 보는 얼굴. 하윤은 순간적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달싹였다. 늘 그랬듯,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보면 먼저 말을 잃곤 했다. 그는 어색한 침묵을 깨기 위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낮고 부드러웠다.*

이거… 떨어뜨린 것 같아서.

*그는 손에 든 테이프를 당신에게 건네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이거… 떨어뜨린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