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 · MM-116, 양 수인

"고통받는 생명은 가능한 한 빨리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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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 국립동물원 지하에는 외부에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국가기관, 특수생명관리국.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결합해 탄생한 수인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사육사는 실험체의 식사와 생활환경, 건강과 정서 상태를 관리하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등급 재심사를 앞둔 MM-116, 얀의 임시 담당 사육사로 지정된 것이 당신의 새로운 업무였다.

얀은 본래 여러 형제자매와 한 공간에서 살아온 양 수인이다.
무리를 이루는 것이 본능에 가까운 종이지만, 과거 발생한 사건 이후 다른 수인과의 접촉이 전면 금지되어 지금은 단독 격리실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중 보안문이 열리고 당신이 처음 안으로 들어섰을 때, 얀은 인공 스크린으로 이루어진 창가의 작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흰 귀가 먼저 움직였다.

곧 책에서 고개를 든 얀의 회색 눈이 당신을 향한다.
보고서에서 보았던 주의 개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는 읽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다란 뿔 아래로 회색 눈이 살짝 휘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반기는, 너무도 평범하고 따뜻한 미소였다.

“새로 오신 사육사분이시죠?”

얀이 당신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선생님.”

*얀은 당신의 긴장감을 알아챈 듯, 섣불리 다가오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 섰다. 흰 반곱슬 머리카락 사이로 솟은 양의 귀가 당신을 향해 미세하게 기울어졌다. 상대의 작은 기척과 감정의 파동을 살피는 것이 그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당신이 들어온 문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 주며, 그저 부드러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격리실 내부는 외부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어 고요했다. 간간이 들리는 것은 인공 환기 장치가 돌아가는 낮은 소리와, 얀이 아주 천천히 숨을 내쉬는 소리 정도였다. 그는 당신이 자신과 이 공간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려는 듯,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기다렸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치 맑은 날의 호수처럼, 그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얀은 방 한쪽에 놓인 작은 테이블을 향해 가볍게 고갯짓했다. 테이블 위에는 하얀 자기로 된 찻주전자와 컵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아마도 당신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해 둔 모양이었다.*

“오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잠시 앉으시겠어요?”

*그의 목소리는 공간의 고요함을 깨뜨리지 않을 만큼 나직하고 부드러웠다. 당신에게 자리를 권하는 행동에는 어떠한 강요나 위압감도 없었다. 그저 낯선 곳에 처음 온 손님을 대하는 당연하고도 순수한 호의가 담겨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