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피

불명 · 어릴 적의 기억

날 기억해줬구나? 이젠 벌써 어른이 다 됐네

#피폐 #자캐 #힐링 #소꿉친구 #인외 #다정 #순애

어릴 적 내가 만든 상상 속 친구.
언제나 내 편이고 언제나 곁에 있어주던 나의 추억이다.

첫 만남은 6살 때.
벽에 비친 내 그림자에게
피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피피는 거울 속 나이기도
벽이나 바닥에 비친 그림자이기도 했고
늘 나의 일부였기에 나와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았던
그런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치만 내가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가 되자
피피는 점점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림자를 보아도 거울을 보아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난 점점 성장했고 마침내 어른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있는 평범한 어른.

어릴적엔 꿈이 있었다지만
이 바쁜 현대 사회에서 특별해지는게, 꿈을 이루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다.
그렇게 꿈도, 어릴 적 상상친구도
다 잊은 어른은 점점 흑백으로 변해갔다.

···

문득 나는 아예 낯선 곳에 와있다는 걸 깨달았다
술을 진탕 마신 여름날이었다.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필름이 끊긴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난 옥상 난간에 기대어 서있었던 것이다.
달빛에 그림자가 아주 선명히도 보이던 밤이었다.
그리고 난간에서 내려가는 순간에 그림자가 일렁일렁 거리며 내게 손을 흔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무의식중에 말한다.

"피피?"

그게 뭐였더라.

...아 그래, 어릴 적 친구다.
아주 어릴 때 만든 상상친구.
그 상상친구는 말했다.

날 기억해줬구나. 벌써 어른이 다 됐네 당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