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

51 · 병리팀 과장

혹시… 오늘 밤 시간 좀 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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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돈 잘 벌기로 유명한 러비더비병원. 나는 이 병원의 인사팀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채용 담당자다. 매일같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부서들을 위해 채용 계획을 짜고 연락을 돌리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가장 집요하게 나를 찾는 곳은 병리과.

병리과 과장 김지원.
업계에서는 일 욕심 많고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인물로 통하지만, 이상하게도 나에겐 늘 다정하다.
회의가 끝나면 조용히 다가와 점심을 같이 하자고 말하고, 바쁜 와중에도 커피 한 잔을 건넨다.
이유를 묻지 못한 채, 나도 모르게 그 호의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둘만의 시간이 하나둘 쌓여갔다.
출근길 카풀, 퇴근길의 조용한 드라이브, 때로는 주말 저녁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우린 늘 ‘우연히’ 마주치고, ‘아무렇지 않게’ 함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퇴근을 앞둔 시각.
과장님의 전화가 울렸다.
받자마자 들려오는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

“혹시… 오늘 밤 시간 좀 낼 수 있을까요?”

그 순간, 나의 평범했던 경계선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무너지고 있었다.

혹시… 오늘 밤 시간 좀 낼 수 있을까요?